코발트 뺀 LMR 배터리가 상용화 문턱에 걸려 있던 이유

리튬망간리치(LMR)는 배터리 업계에서 원가 절감의 핵심 카드로 꼽혀 온 양극재입니다. 값비싼 코발트를 전혀 쓰지 않고 저렴한 망간을 주원료로 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니켈과 망간뿐 아니라 소재 내부의 산소까지 에너지 저장에 끌어다 써 에너지 밀도도 높습니다. 가격과 용량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로 꼽혀 왔습니다.
문제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소의 거동이었습니다. 충전 중 산화된 산소가 방전 때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으면서 배터리 내부 구조가 무너지고 가스가 발생했습니다.
내부 여유 공간이 빡빡한 전기차용 대형 셀에서는 이 가스로 인해 압력이 차오르고 성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 현상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실제 차량용 셀로 가지 못하던 결정적인 걸림돌이었습니다.
전압 윈도우와 활성화 공정 재설계로 억제한 가스

LG에너지솔루션과 서울대 화학부 임종우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이 산소 회복의 열쇠를 밝혔습니다. 핵심 변수는 충전 상한 전압뿐만 아니라 방전 하한 전압에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충전 상한 전압을 기존 4.6V에서 4.3V로 낮추자 산화된 산소의 환원율이 86%에서 97%까지 올라갔습니다. 전압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않아야 산소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방전 전압 기준도 바꿨습니다. 기존 3.0V에서 2.0V까지 방전을 더 진행했을 때 산소가 거의 원래 상태로 온전히 복원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기 배터리를 길들이는 활성화(Formation) 공정에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화학 조성 자체를 완전히 바꾸지 않고도 전기화학 프로토콜 조정만으로 가스 발생을 잡은 셈입니다.
40Ah 대형 셀 883회 충·방전이 보여준 수치
이번 연구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실험 대상이 작은 코인셀이 아니라 40Ah급 대형 셀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전기차에 들어가는 규격과 직접 맞닿아 있는 크기입니다.
최적화된 구동 조건을 적용한 40Ah LMR 셀은 883회 충·방전을 거친 뒤에도 초기 에너지의 92.2%를 유지했습니다. 통상 전기차 배터리가 80% 잔존 용량을 퇴역 기준으로 삼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내구성입니다.
저는 이번 성과가 새로운 희귀 물질을 합성해 낸 것보다 양산 관점에서 훨씬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봅니다. 복잡한 소재 코팅이나 구조 변경 없이 충·방전 제어 소프트웨어와 공정 조건 재설계로 문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전 하한을 2.0V까지 낮추는 운용 조건은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부하와 저전압 구간 효율 관리라는 새로운 숙제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코발트 프리 배터리의 대형 셀 실증 데이터가 명확한 수치로 나왔다는 점에서,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의 상용화 시점은 한층 앞당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